제 740 호 흑백요리사: 시청자를 사로잡은 요리 전쟁
흑백요리사: 시청자를 사로잡은 요리 전쟁
최근 넷플릭스가 만든 요리 경영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크게 흥행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재야의 숨은 고수 셰프들부터 이미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스타 셰프들까지 총 100명의 셰프가 오직 맛 하나로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흥행이유
흑백요리사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흑’과 ‘백’의 ‘계급’을 구분하는 것이 다른 요리 경연 프로그램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인이다. 음식은 먹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한다. 사람들은 남들보다 잘 먹고 잘산다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계급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연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내가 어디에 살고, 무엇을 하며, 무엇을 먹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남들보다 더 위에 올라가고자하는 그런 목표 의식을 흑백요리사는 잘 건드렸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스타 셰프들 20명과 알려지지 않은 셰프 80명을 백과 흑으로 나누고, 첫 라운드에서는 흑에 해당하는 흑수저 셰프들끼리 경연한다. 백수저 셰프들은 흑수저 셰프들의 경연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서 실시간으로 경연을 지켜본다. 자연스레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을 내려다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흑수저 셰프들이 내려다보는 백수저 셰프들을 올려다보며, 기분 나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계급에 대한 공감이나 울분을 끌어내는 장치가 된다. 스타 셰프들의 인지도 또한 흥행 요인 중 하나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큰 인기와 인지도를 얻은 최현석 셰프나, 마스터셰프코리아에서 우승한 최강록 셰프, 심사위원단으로 나온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백종원까지. 이미 익숙하고, 유명한 요리 전문가들이 등장해 흥행에 큰 도움을 주었다.
스타 셰프들 말고도, 흥행을 이끈 큰 요소는 바로 ‘서사’이다. 보통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요리에 셰프의 서사를 넣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에 공감하며 감정 이입하게끔 유도한다. 그러나 흑백요리사는 그런 요소를 배제하였다. 1라운드가 특히 이런 흑백요리사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 80인의 흑수저 요리사는 파이널 라운드가 되기전까지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룰을 지키며 바로 대결을 시작한다. 어떠한 자신의 이야기도 없이 오직 ‘맛’으로만 심사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밝혀지지 않은 서사는 파이널 라운드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에게 더 큰 공감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파이널 라운드까지 살아남은 흑수저 셰프 나폴리 맛피아와 백수저 에드워드 리 셰프는 [자신의 이름을 건 요리]라는 결승전 주제에 맞추어 요리하였다. 나폴리 맛피아는 '권승준'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건 양의 심장과 야생 버섯을 곁들인 피스타치오양갈비를 선보였다.
▲피스타치오 양갈비(사진 출처: 넷플릭스www.netflix.com)
에드워드 리 셰프는 이에 맞서, '이균'이라는 자신의 숨겨두었던 자신의 한국 이름을 공개하고 나머지 떡볶이 디저트를 선보였다.
▲떡볶이 디저트(사진 출처: 넷플릭스www.netflix.com)
또, 에드워드 리 셰프는 [인생 요리] 미션에서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비벼 먹는 것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음식이었다. 심사위원이었던 안성재 셰프는 비벼 먹지 않는데, 이걸 비빔밥이라 칭할 수 있는 거냐며 82점의 다소 낮은 점수를 주었지만, 에드워드 리 셰프의 서사가 드러나며 시청자들은 감동하였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민을 갔을 당시 많은 고난이 있었고, 주류에 섞이지 못하는 비주류의 삶을 비빔밥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시청자들은 에드워드 리가 아닌 '이균'으로 기억하겠다는 평을 남겼다. 시청자들은 대결의 승/패보다 뒤늦게 공개된 셰프들의 서사, 특히 에드워드 리 셰프의 서사에 공감하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은 왜 경쟁에 열광할까
흑백요리사는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으로, 100인의 요리사가 경쟁하는 콘텐츠다. 100인의 요리사는 라운드마다 개인전과 팀전을 통해 대결하여, 탈락자를 가려낸다.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은 경쟁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프로그램은 과거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댄스, 토론, 음악, 요리, 밀리터리 등 취급하는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실제로, 과거 대학생들의 창작곡으로 진행된 MBC <대학가요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강철부대>, <피지컬:100> 등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어,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공통으로 여러 단계의 경쟁을 펼쳐서 한 명의 우승자 혹은 하나의 팀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방식의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토너먼트 방식, 도장 깨기 방식, 팀 경쟁 등 다양한 형태의 경쟁 구도가 사용되고 있지만, 적자생존 방식의 기본 구조가 공통으로 적용된다.
방송 작가가 방송을 기획하는 데 있어, ‘경쟁’은 자극적인 재료가 된다. 경쟁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필연적으로 대결 구도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특성은 성공과 실패, 선택과 탈락, 죽음과 생존이라는 이분법을 극대화한다. 회차마다 발생하는 박진감과 긴장감은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고, 결과를 응원 또는 예측하게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전율과 스릴을 느끼며, 이는 성취감으로 이어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을 함께 내포하는 체제이다. 구조적 경쟁이란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구조를 뜻하며, 의도적 경쟁은 1등이 되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이 표출된 내재적 표현이다. 따라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우승에 대한 욕망과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상호 배타적인 목표 달성의 장치를 동반하고 있다.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의 흥미 요소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구조는 인간의 적자생존이라는 본질적 욕망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제로 작용한다.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의 또 다른 매력은 ‘리얼리티’다. 리얼리티는 프로그램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하며, 돌발하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해준다. 이는 다른 사람을 엿보는 듯한 시청자의 관음증적 욕망을 채워준다. 이러한 특성은 프로그램 참가자의 서사를 부각하며, 극대화된 감동을 연출한다. 특히 일반인이 참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유발하고,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만들어진 각본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이기에 더욱 열광하게 된다. 흑백요리사의 ‘흑수저’ 요리사가 이에 해당한다. ‘흑수저’는 ‘백수저’에 해당하는 셰프를 제외한 전국의 요리사들이다. 요식업에종사 중인 사장, 유명 요리 유튜버, 정규 셰프 출신 요리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백수저’ 만큼의 명성은 없고 나이도 다소 젊은 편이다. 그렇기에 ‘흑수저’ 소속 요리사가 명성 높은 ‘백수저’ 요리사를 상대로 승리했을 때, 시청자는 커다란 감동을 느꼈고, 이는 흑백요리사의 흥행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신범상 기자, 오도연 수습기자